김남국, 문재인은 민주당의 행동대원이 아니다

박태환 승인 2024.11.01 22:02 | 최종 수정 2024.11.22 18:56 의견 0

/연합뉴스 사진 편집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페이스북에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열다섯살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 시각장애인 조승리 작가의 자전 에세이를 소개한 글이다. 상처 많은 고단한 삶을 이토록 꿋꿋하고 담담하게 쓸 수 있는 정신력이 놀랍다며 이렇게 꿋꿋하고 담담해지기까지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얼마일까 싶다고 표현했다. 요새 검찰 수사에 지쳐 음주 운전 문제를 야기한 딸 다혜씨에게 보내는 아비의 편지 같기도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같은 날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이하, 김남국)이 <문재인 대통령님, 신선놀음 책 장사 그만하고, 촛불의 선봉에 서서 국민의 방패가 되십시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평생 인권변호사로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심한 날벼락을 맞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친 언사를 남발했다.

김남국은 "비겁하다, 눈치없고 생각없다, 연금 2000만 원,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원죄, 한가로운 신선놀음, 뒷짐지고 농사나 짓고 책이나 판다, 당원이 호구냐, 자기를 위해 순수한 국민과 당원을 이용하고 희생시킨다"는 등 선을 넘은 비난을 퍼부어댔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육성이 공개되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엄중 상황'이라며 거리투쟁에 나서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러자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이자 수행비서를 지낸 김남국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한가로운 신선 놀음이나 한다며 공격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엄중 상황'이라며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거리 투쟁을 발표한 오늘, 김건희 여사는 한남동 사저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짐작컨대 오는 15일 페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 입고 갈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다. 행사 일정을 펼쳐놓고 "이땐 요거 입어야지", "요땐 이거 입어야지." 또 그 머나먼 남미를 가는 김에 주변국 중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몇 군데 찾아내 보고하라고 외교부를 닦달하고 있을 것 같다. 김건희는 능히 그런 사람이다.

정치는 유동적이기에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으나, 나름대로 향후 전개될 시국을 전망해 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여권 이탈표에 의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만 통과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이 호들갑이지만, 아니다. 그건 단지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김건희 여사는 여야 합의가 아닌 특검에는 '반헌법적' 운운하며 협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윤-한 회동때, 윤 대통령은 한 대표한테 "김 여사가 지금 아파서 누워만 있다"고 말했는데, 다음날 폴란드 대통령 방문행사에 화사한 차림새로 버젓이 등장을 했다.

그때 감을 잡았는데, 김 여사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어 소환 통보를 하면 응하지 않는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강제 동행을 위해 한남동 사저로 찾아오면 발톱에 매니큐어 색칠을 하면서 "아파서 갈 수 없다"고 내다보지도 않을 수 있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막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빈손으로 돌아와야 하고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지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활용해 김건희 특검법을 두 번이나 무력화시키자, 상설특검 카드를 동시에 꺼내든 상태이다. 이도 윤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거니와, 설사 성사가 되더라도 김건희 여사는 일체 수사 협조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여야 합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을 거부하면 탄핵 정국과 맞딱뜨리게 되므로 반드시 수사에 응해야 한다.

한국일보 11월 2일 기사 갈무리

김남국, 지금 이재명 대표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고 시민들이 호응을 해주고 동참을 할 것 같나. 그렇지 않다. '갑자기 왜 저러지' 하며 뜨악한 시선으로 쳐다만 볼 것이고, 민주당의 행사로 끝날 것 같다. 시간이 흘러 그토록 고대하던 특검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김 여사의 비협조로 시간만 낭비한채 무산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시민들이 움직일 것 같다.

박근혜 탄핵 때처럼 수십 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고 '하야'를 외칠 것이다. 그때도 김건희 여사는 믿는 구석이 있어 눈도 깜짝 않을 것 같다. 여차하면 국정 혼란을 핑계로 군대를 동원한 위수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때 등장할 것이다. 시민들에 대한 폭력 진압을 중단할 것과, 만약 위수령을 발동하면 국민과 함께 전면에 나서서 싸울 것이라고 엄중 경고를 할 것이다.

김남국, 문 전 대통령은 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거리에서 민주화 투쟁을 하신 분이다. 사법고시 합격 소식도 경찰서 유치장에서 들어야 했다. 누구 앞에서 감히 책 장사나 하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고 거품을 무는가. 문재인은 너희의 행동대원이 아니다. 지금은 특검을 하든 거리 투쟁을 하든 너희가 알아서 할 때다.

부연하면, 곧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등에 대한 선고가 시작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빌미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거리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을 동참시켜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으나, 모종의 경로로 거절당하자 그 분풀이로 김남국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시켰다기보다 그 절박한 심정을 헤아린 김남국의 모리배 짓으로 보인다.

김남국, 실은 나도 거리 투쟁 경험이 없지 않다. 박근혜 때는 광화문을 누볐고, 앞서 노무현 때는 서초 검찰청 앞에서 목청을 높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위해서 거리에 나설 생각은 없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력을 과시해 사법부의 판단에 변화를 주겠다는 발상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제 정계 복귀는 접고 광주로 내려가서 변호사 일이나 하며 코인이나 열나게 사고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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