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여사 구하기

박태환 승인 2024.02.17 08:59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의 'KBS와의 신년 대담' /대통령실

어제 녹화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와의 신년 대담'을 보고 화가 난 국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전 세계 유력언론이 보도한 김건희 씨의 디올 백 수수 의혹에 대해 "프랑스 디올 명품 가방을 받았다"가 아닌 "외국 회사의 쪼그만 파우치 하나를 놓고 갔다"라는 표현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씨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 "만남 요청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부연해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최씨가 아버지와 동향이라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접근해 왔고,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고 말했다.

이건 해명은 고사하고 변명축에도 들지 못한다. 국민들은 김건희 씨가 최 목사를 만난 걸 탓하는 게 아니라, 고가의 명품 가방을 받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가방'을 언급하지 않았고, '정치 공작'에 의해 누명을 쓴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최 목사가 아버지와 친분을 내세우며 접근해서 무슨 '쪼그만 파우치' 하나를 놓고 가기에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만약 만남을 요청한 최 목사가 면담 자리에서 느닷없이 가방을 내밀었다면 이해가 되는 발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카톡으로 가지고 갈 선물 사진을 미리 전송을 했다. 최 목사는 카톡으로 열 번 정도의 만남을 요청했는데, 샤넬 향수 사진과 디올 가방 사진을 보냈을 때만 만남이 성사되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김건희 씨의 행실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비단 디올 가방 때문이 아니다. 영상에는 최 목사가 면담을 마친 이후 밖으로 나왔을 때, 커다란 면세품 종이백을 든 누군가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건희 씨 주변에서 유사한 일이 종종 있었다고 볼 수가 있다.

또 최 목사는 김건희 씨가 금융위 인사에 관여하는 듯한 통화를 하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폭로'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상에서도 김 씨는 "북한 문제에 나서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듯 김건희 씨는 마치 자신이 정권을 잡은양 국정 관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장관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한 김행 전 대통령실 대변인, 또 최근에 국민의힘이 인재영입한 진양혜 아나운서 등이 김건희 씨가 추천한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심지어 호빠 경력의 고졸 출신이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것도 김건희 씨와의 친분 때문이라는 루머도 나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가 거론되는 데 대해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부정적인 기류로 말했다. 이는 김건희 씨의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김건희 씨는 대통령 비서실 시스템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난 것 등이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따라서 김건희 씨는 "내가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인 남편을 돕는다는 구실로 음지에서 인사 개입 등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형식이나 내용에서, 손바닥도 아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한 윤 대통령의 대담에 마냥 분노만 일었던 건 아니다.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심판이 조만간 행해질 총선에서 도출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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