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을 보며

박태환 승인 2024.01.03 09:15 | 최종 수정 2024.01.04 08:20 의견 0

2일 오전 10시 29분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강서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도중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2cm 정도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튜버 영상 등을 보면, 먼저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펜과 종이를 건네 손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 곧바로 20㎝ 정도 되는 과도를 꺼내 목을 찔렀다. 현장에서 제압된 이 남성은 도주를 시도하거나 저항하는 움직임 없이 마치 거사라도 벌인양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금된 상태이다.

마음이 착잡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2024년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발언해 다수 언론이 '이권·이념 패거리 카르텔 반드시 타파'를 제목으로 뽑았다. '이념 패거리 타파'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식 연설에서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말 그런 세상이 와서 동료시민들이 고통 받는 것을 두고 볼 것이냐"라고 말했다. 역시 '개딸'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31일 신년사에서 "최근 범죄를 저지르고도 세력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맡는 형사사법기관을 흔들고 사법을 정쟁화해 국가의 형사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약속이 올곧게 지켜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 역시 비리 검사 탄핵을 추진한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총장은 한 위원장과 함께 윤 대통령의 '꼬붕'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작금 이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 검찰총장까지 노골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적대시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니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의 이재명 피습 관련 기사 100자평에는 "또 쇼하냐? 꽤병 부리지 마라!", "국내 최고 외상센터 부산대병원을 마다하고 서울대로 갔다고? 부산대병원에서 대일밴드 하나 붙이면 된다고 사실을 말했구나!"라는 등 극단의 조롱이 판을 친다.

사건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이 대표 피습사건은 김건희 특검과 연관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주도하는 야당 대표를 향한 적개심이 무모한 테러 행위로 이어졌다는 추정이다. 그리고 그런 적개심을 부추긴 것은 무슨 일이건 김건희 씨를 싸고도는 윤 대통령과 주변 핵심세력이란 것이다.

만약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고 김건희 씨 관련 범죄와 각종 비도덕적 행실이 드러나면 현 정권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게 된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치를 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말끝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면서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을 악법이니 뭐니 궤변을 늘어놓으며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안하니 특검을 추진한 것이고, 여당이 훼방을 놓으니 총선이 임박한 것 뿐이다. 그 의중을 간파한 듯 한 열혈 보수 인사가 특검 통과를 주도하는 이 대표의 제거에 나서게 된 거라는 추정이다.

연말 망년회 때 우연찮게 어느 모임에 합석해서 '김건희'를 거론했다가 봉변을 당할뻔 했다.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떼거리로 공격을 퍼붓는데,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특검을 하려면, 판공비로 비싼 옷을 사입고 외국 여행을 50차례나 한 '양산 정수기'를 해야지, 김 여사가 윤 대통령도 만나기 전인 10 여년 전의 일로 이제와서 특검을 하느냐"는 주장이었다.

지금 다수 국민들은 김건희 씨가 해외 언론에서 '옷걸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옷을 자주 갈아입고, 1년에 13차례나 해외 순방을 나간다고 해서 특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기간 내에 주가 조작이란 중대 경제범죄를 저질렀고, 영부인이 되어서는 인사 문제 등 국정 농단을 야기하고, 명품백 등을 뇌물로 받은 의혹이 있기에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참고로 이원섭 검찰총장이 이 대표 피습사건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린 것은, 경찰을 통제해 범인의 입에서 혹시라도 현 정권에 해가 될만한 발언이 새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고, 허위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부산에서 헬기로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된 이재명 대표가 두 시간 여동안 경정맥 재건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란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생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을 시행해 현재 중환자실에 입실해 안정을 취하고 있단다.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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